카테고리 없음

방학인가요?

biumbium 2007. 6. 29. 11:49

방학했나요?

나는 아직 아닙니다.

매 학기 말이 되면 성적때문에 성적때문에 ... 나의 일상은 우울합니다.

여러분들은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이 성적때문에 우울하다면 몰라도 선생님들이 왜? ...

참으로 속상한 일입니다, 학우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예전에 내가 평가에 대해서 배울 때였습니다.

한 세미나에서 평가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은 나중에 선생님이 되어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하게 된다구요.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 주유소에서 기름 넣다가 거기서 일하고 있는 그 학생을 보았습니다. 나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요, 그런데도 그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 세미나에서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도 상당 부분 공감했던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평가때문에 공부를 그만 둔 것은 아닐까? 라는.

 

왜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했냐 하면,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평가에 대해서 늘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평가 자체가 "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에도 점수에 대한 문의가 있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시험도 잘 봤는데 결과가 잘 못 나왔으니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학우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래요, 아예 공부를 소홀히 한 학우들은 점수가 좋지 않아도 후회는 할지라도 점수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겠지요. 열심히 했으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는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면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열심히 해서 많이 썼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충실한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요.

 

예를 들면 말이에요,

이번에 교육학개론 문제에 진보주의에 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만은 거의 대부분의 학우들이 길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열 줄의 답에 들어 있는 요지는 흥미, 적성 이 두 가지가 전부인 답이 많았습니다.

답지를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열 줄에 들어 있는 답이 흥미와 적성이라는 두 단어를 길게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으면 말이에요.

부분 점수밖에 받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이런 건 어떤가요?

...에 대해서 논하는 문제에서 정보를 나열하고 쓸 거 다 썼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올바른 생각은 아닙니다.

문제에는 간단한 정보를 묻는 문제도 있고, 생각의 과정과 비판까지 써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

 

...

 

 

"내가 그렇게 시험을 잘 봤는데 왜 점수가 이러냐" 라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많이 썼는데도 내 점수에 만족할 수 없으니,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평가에 신중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없으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리고 점수를 깎기 위해 점수를 깎는 선생님도 없으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요, 부정확한 답 속에서도 어떻게 부분 점수라고 줄 수 없을까 머리를 짜게 됩니다.

 

안타깝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말이에요.

 

얘기는 우울했습니다만, 오늘 좋은 하루 되기 바랍니다.

 

김명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