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간다구요?
방명록을 보니 유럽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면서 조언을 구한 학우들이 있네요.
조언이란 걸 할 게 없다고 하면 정말로 무성의해 보일까봐 거기다가는 나중에 하겠다고 했지만, 좀 난감합니다.
요즘 여기저기 정보들도 많고 해서 사실 그 학우들이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나는 계획 세워서 여행하는 일이 없고 정보를 미리 알아보는 일도 없고, 되는대로, 발 닿는 대로, 돈이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오고 ... 이런 사람이라서 말이에요.
나랑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그래서 내가 여행 가고 싶다고 하면 이렇게 내게 말했어요. "여행 얘기 하지도 마세요. 여행이라고 가서는 한 시간에 한 번씩 다리 아프다고 하면서 카페에 들어가서 케�이랑 커피 시켜놓고 한 시간씩 앉아 있는게 다면서요 뭘.."라구요.
아무튼 두서 없이 얘기해 볼까요.
I
영어를 못한다구요, 여행자가 외국에서 그 나라 말 못하는 것은 하나도 흉이 아닙니다. 그리고 몇 마디 단어 - 영어라도 좋고 그 나라 말이라고 좋구요 -와 손짓발짓이면 다 됩니다.
그렇지만 질문을 할 때 문법이 틀리는 것은 괜찮지만 불손한 태도나 어투는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어에는 문장 끝에 please! 가 붙으면 공손한 것이 되지요. 독일어에는 bitte! (비테!)가 그 역할을 합니다. 다른 나라 말도 알아 가면 좋을 거에요. 이 표현은 남발해도 됩니다. 아니 남발할수록 좋다고 말하고 싶네요.
Bitte! 와 Danke!(감사합니다)
거기다가 미소만 있으면 (거의) 모두가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도와줄 것입니다.
II
그리고 숙소는 보통 유스호스텔(독일어로는 Jugendherberge)에서 해결하나요? 이 Jugendherberge가 독일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도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좀 불편한 점도 있었던 것 같은데 - 내가 한 번도 그곳에서 숙박했던 경험이 없어서 자신은 없지만 그런 얘기들을 여러 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 그래도 제일 저렴한 곳이고 또 젊은이들이야 뭐 좀 피곤해도 버스타고 가면 되겠지요.
그런데요, 일반적으로 (특히) 대도시의 기차역 근처에 있는 호텔이나 Pension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 블로그들에서 이미 여행 갔다 온 사람들이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올려 놓은 정보들을 보면 대단하던데요, 위치, 시설, 가격 등등을 총망라 해서 말이에요.
이런 정보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보통 유럽의 커다란 기차역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Information이라고 쓰인 데를 가면 보통 그 도시의 호텔들이 적혀 있는 종이가 - 호텔이름, 위치, 시설, 가격 등 - 있습니다. 지도와 살펴서 적당한 거리에 있는 데를 택하면 되겠지요.
III.
유럽 여행을 가면, 일단 비행기값이 비싼데다가 아무래도 자주 가기 어려운 곳이니까 당연히 본전을 뽑고 와야한다는 생각이 들지요.
즉 되도록 많이많이, 다(!) 봐야 한다는 생각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3주 정도 유럽에 머무는 것이라면 - 1주 정도라면 그렇게 하기 어렵겠지만 - 한 번 정도는 IC나 EC, 즉 대도시만 서는 열차가 아니라 작은 마을들에도 서는 기차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 작은 마을에 내려서 소세지를 파는 정육점에서 소세지도 사먹어 보고, 그 옆에 있는 작은 마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케�(독일어로는 Kuchen) 한 조각 먹으면서 시골 분위기를 맛보고 ... 그 마을의 Pension에서 하루 묵어보고 ..
IV.
독일에서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것은
Koeln(쾰른), Bonn, Mainz, Frankfurt am Main, Wuerzburg .. 으로 이어지는 기차를 꼭 타는 것입니다.
나는 그 구간을 여러 번 기차로 다녀보았지만 갈 때마다 감탄했습니다.
그 구간은 라인강과 마인강을 끼고 기차가 달리는데요, 그 강변의 작은 마을들이 적어도 서너 시간 동안 한 순간도 예외없이 예쁘고 평화롭게 펼쳐집니다.
단지 앉을 때 그 강이 보이는 쪽으로 잘 앉아야 되는데요, 자리가 그 쪽이 아니라면 복도에 나와서 보면 됩니다.
V.
참, 기차의 구조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기차처럼 기차 한 칸에 죽 의자만 있는 기차도 있구요,
한 칸에 6명이 앉게 되어 있는 기차도 있지요.
이 두 종류가 모든 노선에 다 섞여 있어요.
그리구요. 비행기 좌석에는 좌석 위에 번호표가 붙어 있듯이,
기차의 좌석에도 번호표가 붙어 있습니다. 거기에 reserviert라고 되어 있으면 예약이 된 자리이니까 앉으면 안 됩니다. 물론 예약된 구간이 적혀 있어서 그 구간에 해당되지 않으면 앉아도 되지만 대강 해당된다고 보면 됩니다.
아까 말한 6인이 타는 칸에는 좌석 위에 적혀 있지 않고 문에 적혀 있습니다.
VI.
어제 TV 보니까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에서 독일의 로만틱 가도에 대해서 소개를 하더군요. Romantische Strasse인데요, Wuerzburg에서 시작해서 Rothenburg o.d.T. Noerdlingen .... Augsburg ... 맨 마지막이 남쪽의 Neuschwannstein(만화영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이 이 성을 본따 그려졌다는 ...)으로 이어지는 가도인데요. 다 볼 필요는 없고(다 볼 수도 없고) Wuerzburg가 볼 만 하고, 나머지는 - Augsburg를 빼면 - 정말로 작은 동네들입니다. 그 중에서 Rothenburg o.d.T. 가 가장 유명하다면 유명하다고 할 수 있지요. Noerdlingen이나 Dinkelsbuehl 보다는 훨씬 유명합니다.
VII.
하이델베르크(Heidelberg)는 물론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독일에서 최초의 중세대학 도시이기도 하구요.
- 도시에 있는 대학생 감옥, 성 안의 최대의 와인통 등등의 얘기는 웬만한 정보지에 다 있는 거니까 뭐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렇지만 다소 아쉬운 것이 IC나 EC가 서지 않아서 하이델베르크에를 가는 코스가 다소 경제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VIII.
Burg, Festung과 Residenz
Burg, Festung은 성채 또는 성곽이라고 번역되는 것 같은데요, 영주가 살았던 성채입니다. 기차 타고 가다 보면 언덕 위로 보이는 것들이지요. 크고 작은 것이 많습니다.
Residenz는 주로 예전에 주교가 거주했던 곳입니다.
뷔르츠부르크 - 아까 얘기한 로만틱 가도(Romantische Strasse)에는 멋있는 Festung도 있고 또 유명한 Residenz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세 대학도시이구요. IC, EC도 섭니다. 그 곳을 지나간다면 한 번 들러보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