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umbium 2007. 4. 5. 05:06

 

4월!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어렸을 때 그의 할아버지가 어느 날 사라졌답니다.

(내 기억에는 아프리카로 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쓰는 소설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소년이 어른들에게 후에 들은 바로는,

아침 식탁에 앉은 할아버지가 식탁에 놓인 계란을 보고는, "또 계란이야!"라는 마지막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는 것이지요.

 

매일 식탁에 오르는 계란 ...

 

요즈음 그 할아버지가 부러워집니다.

 

시간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내가 떠밀리고 있는 느낌, 그러한 느낌이 길어져서 무력감이 좀 심해졌습니다.

 

어느 수업에선가 이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카페에 자료 올리겠다고 해놓고 못올려서 미안함과 부담감이 나를 괴롭힌다구요. 그래서 악몽까지도 꾼다구요.

 

금요일 8교시 수업 끝나고, 학생들이 거의 강의실을 빠져나간 뒤 가방을 싸고 있었습니다.

남아있던 한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넸습니다.

 

"선생님,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자료 보려고 카페에 들어갔다가 자료가 올려있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크게 맘쓰지 마세요 .."라는 말이었는데요.

 

정말 위로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 한 마디에 담겨 있는 배려에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하소연을 그 시간에 한 것도 아니고 그 전 주에 한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다고 그렇게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말이에요. 학생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나도 요즘 부담감 가지고 생활하는 내 학생들 내 손님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내 학생들, 내 손님들,

오늘 맘 가벼운 하루 되기 바랍니다.

 

김명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