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들

대학의 기원

biumbium 2006. 8. 8. 00:51

 

 

 

대학의 기원

I.

더운데 다들 건강한지요?

무슨 글을 올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래 글에 하이델베르크가 등장한 기회에 오늘은 대학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하이델베르크가 현재 독일에 있는 대학들 중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서요.


II.

대학은 12세기 유럽 중세의 산물입니다.

대학을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한다면, 그 기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훨씬 오래전인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의 태학(太學, 중국의 한무제 때인 B.C. 124년에 설립)이 그렇고, 서양에서는 B.C. 387년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가 그렇습니다.(참고로, 서양의 중세에 나타난 대학의 전신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아는 900년 이상 존속하였는데, 하나의 학교가 이만큼 오래 존속한 경우는 아카데미아 이전이나 이후 어디에도 예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을 유럽 중세의 산물이라고 할 때의 대학이란, 태학도 아니고 아카데미아도 아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대학의 기원이 서양 중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이 20세기 후반에 와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중세 이후 수세기를 거쳐오면서도 대학은 그때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게 뭐냐구요?

[<제도>에 남은 중세 대학의 전통

[결국, 대학의 전통이 가장 똑 바르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제도에 있어서이다. 우선 첫째로, 학문의 조직체로서의 대학(university)이라고 하는 명칭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단체는, 중세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주의적인 현대 세계에서도 그것을 대치할 만한 것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 다음에, 시간과 과목이 분명히 정해져 있고, 시험에 의하여 학위로 연결되는 면학의 <커리큘럼>이라는 생각. 거기에다 학예(學藝), 법학, 의학, 신학의 석사 학위로 향하는 첫 단계로서의 학사(學士), 그리고 석사(碩士), 박사(博士)와 같은 여러 가지 학위. 그리고 네 개 또는 그 이상의 학부(faculty)와 학부장(dean), 거기에다 총장(chancellor)이나 학장(rector)과 같은 고관들. 또한 거주용의 학료(學寮)가 아직도 살아 남아 있는 곳에서는 학료도 또한 그렇다. 대학조직의 본질적 요소는 명백하며 혼동됨이 없이, 그리고 그것은 연면히 전해져 내려 온 것이다. 그것은 700년 이상이나 계속되어 왔다.](C. H. 해스킨즈: 대학의 기원. 삼성미술문화재단, 1964, 48쪽 이하)

대학 졸업식에서 입는 가운과 모자 등도 중세의 산물입니다.


III.

일반적으로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을 대학의 효시라고 이야기합니다.

볼로냐에 대학이 생겨난 것은 12세기의 일입니다. 몇 년도인지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이 최초의 대학을 포함한 몇몇 대학들은 의도적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몇 년도에 세워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최초의 대학이 자연발생적이라서 - 즉 설립된 것이 아니라서 -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12세기 어느 때, 1158년 이전인 것은 분명합니다.

[볼로냐 대학의 창립은 1158년으로 일컬어진다. 황제 프리드리히 1세가 일군의 교사와 학생이 볼로냐에 있음을 처음으로 공적으로 인정하고 특허장을 수여한 것이 1158년이었던 것이다.](이광주, 대학사, 민음사, 1997, 69쪽)

즉, 초기의 대학이 자연발생적이라는 말은, “기꺼이 배우고 기꺼이 가르치려고 하는”(해스킨스, 대학의 기원, 17쪽)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다가 생겨났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당시의 조합 또는 길드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 대학이라는 것입니다.

[볼로냐 대학

고대 고전의 부활 및 그것을 넘어선 문화의 다양성과 창조성이 특징인 12세기는, 또한 대학의 창건을 통해 유럽 지성사에서 획기적 의의를 지닌다. <대학>을 의미하는 universitas이라는 말은 널리 조합(corporation)이나 길드를 의미하며, 중세에는 그렇게 불린 공동체가 많았다. 그러므로 학도들의 공동체는 점차 한정되어 , 로 불렸으니 그것이 곧 <교사와 학생의 학문적 공동체 내지는 조합 universitas societas magistrorum discipulorumque>을 지칭하게 되었다. 초기 대학의 기원을 이루는 것은 카롤링거 왕조의 입법에 의해 재편되고 확충된 수도원 학교와 특히 주교좌 성당 학교였다. 중세 최초의 대학으로는 살레르노, 볼로냐, 파리, 몽펠리에 및 옥스퍼드의 대학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볼로냐 대학과 특히 파리 대학은 유럽 대학의 원형으로서 대학사상 획기적 의의를 지녔다고 할 것이다. 이 두 대학은 볼로냐가 약간 앞섰다고 하나 거의 때를 같이하여 12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에 성립하였다. (이광주, 대학사, 63쪽 이하)

또한 이 두 대학, 즉, 볼로냐 대학과 파리 대학은 [그 조직의 발전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볼로냐 대학이 학생 길드로서 발족하고 로마법 연구 중심인데 비하여 파리 대학은 교사 길드로서 출발하고 신학 연구 중심이었다.](이광주, 대학사, 64쪽)


IV.

중세의 대학들 중에서 모델로서 오늘날의 대학에 중요한 대학들은 볼로냐 대학, 파리대학, 옥스포드 대학을 들 수 있습니다.

파리대학은 볼로냐와 마찬가지로 12세기에 생겼다고만 할 수 있겠지요. 이에 반해 옥스포드(Oxford)는 설립연도가 1167년(Cambridge는 1209년)입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Harvard) 대학은 이러한 유럽의 - 더 정확히는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본으로 하여 - 1636년에 세워졌으니까 한참 뒤의 일이지요.

현재 독일의 대학들 중에서는 1386년에 설립된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첫 번째 대학입니다. (1386년). 왜 현재의 독일이라고 하냐면, 당시의 지도는 오늘날의 지도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세에 유럽 전역에서 대학이 많이 생겼답니다. 중세 말기에 80여개의 대학이 있었다고 하니까요.

아래의 지도는 1500년경의 유럽의 대학들입니다. 좀 흐리게 나왔지만 그림을 클릭하니까 조금은 더 잘 나오네요.

 

           (출처: 크리스토프 샤를 외: 대학의 역사. 한길사, 1999, 12쪽)

 

 


V.

요새 테마 여행이라고 하는 말이 있지요.

사실 여행을 가면 두서없이 이것저것 보다가 나중에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도 어느 도시인지는 물론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럽을 여행할 때 오래된 도시에를 가거든, 중세의 대학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유럽의 대학이 자연발생적인 전통을 가진지라 대학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이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이것까지 지금 쓰려면 너무 길어져서요.)

대학사에 대한 책을 읽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요.

가장 간단하게는

C. H. 해스킨즈: 대학의 기원. 삼성미술문화재단, 1964. 가 있는데요. 문고판이에요.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이 글씨가 아래로 쓰여 있네요. 요즘은 가로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VI.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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