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 생, 님.
I.
영화 “파파로티”의 선생님
경연대회장.
선생님이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한다. 영화 내내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자존심을 꺾지 않고, 때로 까칠한 선생님이 깍듯이 인사를 한다.
제자가 노래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말이다.
“우리 애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가지고 좀 늦었습니다. 저 지금 어떻게 좀 부르면 안 될까요?”
“정말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한 번만 정말 기회를 주십쇼.”
“노래 한 번 듣는데 5분이면 충분하잖아요. 여기서 상을 받으려는 게 아니에요. 상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구요.”
“애가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가지고...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 선생님이 심사위원들이랑 격하게 실랑이를 하는 장면을 무대 뒤에서 바라보는 학생. 자신을 위해서 싸움까지 불사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서고 싶던 무대에 서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눈빛.
그리고 허락받지 않았지만 무대에 나서서 노래를 부르는 학생.
열과 성을 다한 노래, 좌절과 열망이 뒤섞인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
노래가 끝나고 이어지는 정적, 그리고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자신이 그렇게도 하고 싶은 일에서 처음으로 박수를 받는 그 벅참.
영화 파파로티의 마지막 장면.
외국에서 노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제자가 여는 독창회 무대.
나를 위해 힘 쓰신 선생님 ...
“그 덕에 제가 이 자리에 있네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선, 생, 님!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선생님은 제자를 “우리 아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
II
선생님과 교수님.
학교 선생님, 대학 교수님.
독일에서도 명칭은 구분된다. 학교에서는 Lehrer(선생님), 대학에서는 Professor(교수님).
그런데 독일에서도 어느 교수님이 자신의 학문을 이끌어 준 교수님을 소개할 때 - 그 교수님이 그 자리에 계시건 안 계시건 - “내 선생님”(mein Lehrer)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선생님! 제자가 이렇게 불러 줄 때, 그 누가 "Lehrer"(선생님)보다 "Professor"(교수님)을 선호할 것인가. 상상하기 어렵다. 내 선생님! 최상의 내적 존경의 표현이 아닌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예비 선생님들,
꼭 제자들이 “내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생님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