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12. 배리 슈워츠: 선택의 심리학

biumbium 2006. 6. 30. 20:46
 

배리 슈워츠: 선택의 심리학. 형선호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2005.



차례


프롤로그: 청바지를 사러 가다


01 선택의 기로에 서다

Chapter 1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선택

선택의 천국 슈퍼마켓/ 가전제품 가게에서/ 대학교는 지식 쇼핑몰/ 돌리고 또 돌려도 끝없는 TV 채널/ 늘어난 선택의 기회, 행복인가 불행인가


Chapter 2 선택의 과잉

공공 서비스의 선택/ 건강보험의 선택/ 치료의 선택/ 아름다움의 선택/ 직업의 선택/ 사랑하는 방식의 선택/ 기도하는 방법의 선택/ 정체성의 선택/ 수많은 선택에 직면한 현대인


02 선택에 지배당하는 사람들

Chapter 3 밑지는 건 참을 수 없다 - 손실혐오자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정보를 가장한 광고들/ ‘진짜’ 정보 찾기/ 정보 평가하기/ 경험과 기억에서 꺼낸 왜곡된 정보들/ 비교 쇼핑의 유혹/ 말 한 마디에 선택이 달라진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 잘못된 선택의 대가


Chapter 4 고르고 또 골라도 만족할 수 없다 - 극대화자

극대화자들의 보편적 심리/ 만족자 vs 극대화자/ 극대화자는 후회 전문가/ 완벽 추구의 함정/ 완벽주의와 극대화의 차이점/ 누구나 극대화자가 될 수 있다/ 선택의 괴로움/ 극대화를 하는 이유/ 늘어난 선택과 극대화의 상관관계


03 선택을 좌우하는 심리법칙

Chapter 5 선택의 패러독스

선택의 자유, 축복인가/ 선택의 기회와 삶의 만족도의 관계/ 시간 도둑/ 자유가 구속이 되는 이유/ 선택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원하기’와 ‘좋아하기’


Chapter 6 대안이 많을수록 만족도는 줄어든다 - 선택의 기회비용

선택의 기회비용/ 맞바꿈의 심리학/ 갈등과 결정 회피/ 맞바꿈의 감정적인 비용/ 넘쳐나는 대안들/ 만족을 강요하기/ 왜 선택은 그토록 어려운가/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맞바꿈과 기회비용의 고통


Chapter 7 선택하면 반드시 후회하는 사람들 - ‘결정 후 후회’와 ‘예상 후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간발 효과/ ‘책임’이 주는 후회/ ‘만약’이 주는 후회/ 완벽한 대안은 없다/ 후회를 회피하려는 심리/ 투자가 크면 후회도 커진다/ 너무 많은 선택과 후회의 가능성/ 후회의 긍정적 효과


Chapter 8 만족하다가도 실망한다 - 적응의 이중 심리

그때는 좋았지만 .../ 좀더 자극적인 게 필요해/ 적응을 예측한 후 선택하기/ 선택에 대한 적응 기간과 만족도/ 적응으로 인한 실망감 줄이는 방법


Chapter 9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 비교 선택의 심리

우리가 비교하는 대상/ 기준선에 따른 만족감 변화/ 기대가 너무 높으면/ 피할 수 없는 남들과의 비교/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올바른 연못 선택하기/ ‘남보다 더’의 연쇄반응/ 사회적 비교에 대한 반응/ 극대화자의 사회적 비교/ 수많은 대안들의 세상에서 비교하기


Chapter 1 선택과 우울증

선택이 가져온 무력감/ 잘못된 선택, 누구의 잘못인가/ 자율성의 확대와 우울증/ 통제력에 대한 기대의 증가/ 개인주의가 불러온 완벽 추구/ 극대화자의 우울증/ 자율성의 심리학과 자율성의 생태학


04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Chapter 11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11가지 원칙

1. 언제 선택할지 선택하라/ 2. 세심한 선택자가 되어라/ 3. 더 만족하고 덜 극대화하라/ 4. 기회비용을 생각하라/ 5. 결정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라/ 6. 감사하는 태도를 연습하라/ 7. 후회를 적게 하라/ 8. 적응을 예상하라/ 9. 기대를 통제하라/ 10. 사회적 비교를 줄여라/ 11. 제약을 사랑하라



이 책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자유의 폭이 넓어지는 점도 있지만, 동시에 선택의 자유가 가져오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른바 “선택의 과부하에는 비용이 따른다”(9)는 것이지요.

“선택의 자유”와 “만족감”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걱정을 줄이고 짐을 덜어냄으로써 가장 자유롭게 살 수”(11) 있는 방법을 저자 나름대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선택자의 유형을 극대화자와 만족자로 나눕니다.


[최고만을 추구하고 받아들일 때 당신은 ‘극대화자(maximizer)’이다.](80) 즉, [극대화자는 자신이 하는 모든 구매가 결정이 반드시 최고이기를 고집한다.](81) 그래서 무엇이 최고인지를 알기 위해서 [모든 대안들을 확인하는 것이다.](80)

그런데 [하나의 결정 전략으로서 극대화는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며, 대안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 부담은 한층 더 커진다.](81)


[극대화자의 대안은 ‘만족자(satisficer)’이다. 무언가에 만족한다는 것은 충분히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더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만족자는 나름대로 기준과 표준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기준을 충족시킬 때까지만 탐색을 하며, 그 시점이 되면 탐색을 중단한다. 만족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기준의 크기, 품질, 그리고 가격에 맞는 스웨터를 발견하면, 더 이상 가게들을 둘러보지 않고 그것을 구매한다. 만족자는 근처 길모퉁이 가게에 품질이 더 좋고 싼 가격의 스웨터가 있다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81)


그런데 극대화자와 만족자의 다른 점은 불만족인가 만족인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극대화자가 보기에 만족자는 그냥 평범한 것에 쉽게 만족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만족자도 극대화자만큼 까다로울 수 있다. 다만 만족자는 절대적인 최고가 아니라 그냥 좋은 것에 만족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내가 볼 때 극대화의 목표는 불만적의 원천으로서 (특히 계속해서 수많은 대안들을 제시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1950년대에 ‘민족하기(satisficing)’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하면서, 그 모든 대안들에 관한 정보 수집에 수반되는 (시간과 돈과 고민의) 요인들을 감안한다면 ‘만족하기’가 극대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들을 고려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만족하기라는 것이다. 사이먼의 이같은 주장은 수많은 선택들의 독재에 맞서기 위해 내가 제시하는 많은 전략들의 중심에 있다.](80쪽 이하)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네요.


[극대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삶에 덜 만족했고, 덜 행복했고, 덜 낙천적이었고, 더 우울증을 경험했다. 극대화 수준이 아주 높은 사람들-91점 가운데 65점 이상을 기록한 사람들-의 우울증은 병적인 수준에 가까웠다.](88)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 중요한 단서가 있다. 즉, 이와 같은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극대화자와 삶의 불행이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극대화자가 불행의 ‘원인’은 아니다.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반드시 원인과 결과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대화자는 종종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인 우리의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중요한 요인이다.](88)


극대화자는 또한 후회 전문가라고 합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리고 ‘결정 후 후회’ 또 ‘예상 후회’ 등등, 아무튼 극대화자의 삶은 후회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물론 후회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고 긍정적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후회가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후회는 몇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우리는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다고 예상할 때, 진지하게 결정을 하고 그에 따르는 다양한 결과들을 상상할 것이다. 이와 같은 예상은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잘 몰랐을 결정의 결과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후회는 우리가 결정을 하면서 저지른 실수를 강조함으로써,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찾아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셋째, 후회는 우리가 어떤 결정을 분석하거나 일부 나쁜 결과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넷째, 후회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난 결과에 관심을 표명하고, 그러한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미안해하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결정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므로, 그들에게 우리가 고통을 함께 느낀다는 표시를 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다.](170쪽 이하)


- [그리고 결정의 결과가 나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도, 후회를 경험하고 인정하는 것은 종종 적절하고 중요하다.](171)


- [그럼에도 후회의 부담 때문에 과거의 결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의 결정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후회를 줄이](171)고 만족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극대화자와 완벽주의자는 다르다고 합니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좋은’ 일을 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음악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결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에 도달한 후에도 계속해서 연습을 한다. 최고 수준의 학생은 A학점을 얻을 만큼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온 후에도 계속해서 보고서를 수정한다. 타이거 우즈는 누구도 전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뛰어난 골퍼가 된 후에도 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한다. 성취의 영역에서 완벽주의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이와 같이 완벽주의자도 극대화자처럼 최고를 달성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극대화자와 완벽주의자 모두 아주 높은 기준을 갖고 있지만, 완벽주의자는 그 기준의 충족을 기대하지 않는다. 반면에 극대화자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의 충족을 기대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완벽주의를 평가하는 설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은 극대화자들과 달리 우울증에 빠지거나 후회를 하거나 삶이 불행하지 않다. 완벽주의자들도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극대화자들과 비교할 때 이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행복한 것 같다.](93쪽 이하)


여러분 중에도 스스로 ‘완벽주의자’인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분류가 맞는다면, 위의 글을 읽으면서 “아, 내가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극대화자였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에도 만족자가 극대화자보다 물론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만족자가 100% 만족한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무슨 선택이든 고민없이 한다는 것도 무책임한 일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생활에 피해를 줄 정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후회를 많이 하면 불행하겠지요.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11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것이 특히 내 맘에 들어서 소개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얼마나 복잡한지 기억하고, 어느 하나의 결정이 그 자체로써 삶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이해한다.] (236)


그리고, [분명한 것은 그 친구가 후회를 덜 한다면 그의 인생은 훨씬 더 좋아지리라는 것이다.](237)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때로는 극대화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만족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는 후회하기 싫은 것, 단지 그것을 선택하면서 ‘아무 거나’ 선택하는 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내가 책을 읽고 여기에 소개할 부분을 발췌할 때 선택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떨 때는 이마에 주름 잡히도록 좀더 세심하게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떨 때는 여러분이 내가 선택한 인용을 조금만 신뢰하고 스스로 책을 선택하기 바라면서 좀 편하게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구요, 다음의 글은 어떤가요?


[잘못된 선택, 누구의 잘못인가]


[셀리그먼과 그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즉,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을 찾을 때 다양한 성향을 보이면서 특정한 원인을 받아들이려 한다. 이와 같은 성향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측면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원인을 어떤 식으로 보는가에 따라 전체적 및 특정적, 지속적 및 일시적, 개인적 및 보편적 성향으로 나눌 수 있다.] (212)


[이 새로운 이론은 지금까지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어떤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인다. ‘낙관론자들’은 성공을 지속적, 전체적, 개인적 원인으로 설명하고 실패를 일시적, 특정적, 보편적 원인으로 설명한다. ‘비관론자들’은 그와 반대되는 설명을 한다. 낙관론자들은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나는 A를 받았어.” “그 사람이 나에게 C를 주었어.” 비관론자들은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나는 C를 받았어.” “그 사람이 나에게 A를 주었어.” 이들이 바로 우울증의 가능성이 높다.](213)


좋은 시간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