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사전적인 뜻
I. ‘아이’, ‘어른’ 그리고 ‘아랫것’
그러면 “어른”은 누구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른’은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4.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5.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2번을 보면, ‘어른’이라는 말에는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의 뜻도 있다. 여기서 나이와 항렬을 제외하고 나면 ‘지위’가 남는다. 전통 신분 사회에서 ‘상전’에게 ‘하인’은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체가 낮은 사람이나 하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아랫것’과 ‘아이’가 부분적으로 동일시된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신분 사회가 아닌 현재까지 적지 않은 수의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변형된 모양으로 살아남아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의 - 다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 -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어른들에는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일부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포함된다. 대중매체를 거론하는 이유는 오늘날 이것이 사회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인지 알고 싶다면, 사건․사고에 대한 뉴스가 아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나 ‘유명인들’이 나와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나 성공한 기업인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같은 것을 두어 편만 유심히 보면 된다.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직원들을 ‘애들’이라고 부르는 ‘몇몇’ 사람들이 거기에 나온다. 그것도 “우리 애들”이란다. 그런데 그 어조와 표정은 매우 자애롭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사랑스럽고 관대하게 말하듯이.
그 사람들은 ‘애들’이 아니다. 직장의 상사는 직원의 부모도 아니며 또한 직원들은 상사의 ‘애들’도 아니다.
“아니, 내가 내 직원들을 거두는 사람인데, 부모의 마음으로 내 아이 대하듯이 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글쎄요...
II. 아이건 어른이건 모두가 사람, ‘아랫것’은 없다
아이 뿐이랴! 사람은 누구나 ‘애, 어른 할 것 없이’ 낮잡아 부르는 의미의 ‘아이’, ‘애’, ‘아랫것’이 아닌 사람다운 대우를 받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
나는 지금 ‘아이’, ‘어른’을 들먹이면서 10세냐 15세냐 19세냐 하는 숫자나 법률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의 관계, 신뢰에 관한, 인격적 대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어른’과 ‘업신여김을 받는 아이’의 관계, 그리고 ‘어른’과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 취급을 받는 어른’ 사이에서는 신뢰와 상호존중이 생겨날 수 없다.
나는 ‘어떤’ ‘어른들’이 국어사전에 나온 ‘아이’, ‘애’에 관한 여러 가지 뜻들 중에서 하필이면 바람직하지 않은 뜻으로 ‘아이’에 대해서 그리고 ‘어른’에 대해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보자고 권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여기서 모든 어른이 그렇다고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을 존중하고 신뢰하고 용기를 주시는 많은 어른들이 계시다. 단지 그러한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 보았다. 사람다운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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